마크 R. 챈더가 제임스 포터에게 고백한 것은 발렌타인 데이였다. 약 2번을 차고 나서 세번째가 되어서야 겨우 그러자고 대답한 포터였다. 첫번째 고백은 그야말로 로맨틱했다.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 주황빛 불빛이 깜빡거리는 조용한 밤거리에서 챈더는 제임스 포터에게 사귀어달라고 했다. 제임스 포터는 긴장한 챈더에게 미소지었다. 그리고나서 한다는 말이, “너 취...
"마일즈. 갑자기 미안하지만 이게 뭐인거같아?" 엘라이자 코언이 물었다. 마일즈는 마시던 우유를 입에서 잠시 떼었다. 그것은 납작하고 빛을 반사하는 재질의 얇고 작은 봉투였다. 봉투의 양 끝은 삼각 톱니바퀴 모양으로 재단되어있었으며, 갈색이었다. 봉투 가득히 채울 정도로 크게 파란색 글씨가 쓰여있었다. 스니커즈. 마일즈 캠벨은 잠시 엘라이자의 손바닥을 보았...
올리비에 플라망은 직감했다. 이건 분명히 감기몸살이었다. 몸이 으슬으슬 춥고 뼈 마디마디가 아팠다. 열도 나고, 입맛도 없고. 그는 비틀비틀 일어나 늘 놓아두는 종합감기약을 털어넣었다. 아까 니쟝의 구토 사건으로 홀딱 벗은 채 소파에 앉아있던 것이 원인인 것 같았다. 플라망이 거의 무덤에서 기어나온 좀비 몰골로 피숑이 있던 정비실에 들어왔다. 다행인 건 오...
“으아악!” 피숑이 놀라 손에 들고있던 고장난 드론을 떨어뜨렸다. 등 뒤의 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노란 물체가 뛰어들어왔기 때문이었다. 피숑이 반사적으로 총을 뽑아 겨누었다. 플라망도 반사적으로 양 손을 들었다. 뭐야, 플라망? 피숑이 물었다. 플라망이 숨을 헉헉거리며 말했다. “나야, 쏘지마!” “뭐에요? 제 반사신경이 조금만 더 좋았어도...
귀스타브 카테브는 플라망의 입술이 닿았을 때 모든 술기운이 일시에 달아났다. 그는 자신이 올리비에 플라망과 입을 맞추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패닉을 맞이했다. 카테브는 고개를 뒤로 젖히려고 했지만 플라망이 이미 그의 고개를 손으로 받혀주고 있던 데다가 다른 손으로는 허리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겨 안고 있었다. 한마디로 도망칠 구석이 없었다. 플라망은 한...
니쟝은 답답한 마음으로 수기를 다시 자료함에 넣었다. 올리비에 플라망은 이미 죽었다. 수기 마지막은 글씨가 너무 떨려서 읽을 수도 없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있었다. 올리비에 플라망은 귀스타브를 죽이지 않았다. 그는 죄인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미 세간에는 죄인으로 알려져, 그가 지내던 성당마저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졌다고 들었다. 니쟝이 얼굴을 마...
귀스타브는 뤽을 데려와야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가 달리고, 달리고 달렸다. 광장은 조용했다. 귀스타브가 광장 한 구석에 주저앉았다. 숨이 찼다. 누군가 그의 어깨를 잡았다. 귀스타브는 소스라치게 놀라 일어났다. 뤽? 에릭? 귀스타브가 고개를 홱 돌렸다. 올리비에 플라망이었다. 귀스타브가 실망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귀스타브.” “…신부님.” “괜찮아...
“생일 선물로 뭐 받고 싶어요?” 막심은 조용히 포크를 내려두었다. 올 게 왔군. 한 해 가장 축하받는 날이었다. 하지만 막심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작년 생일부터 돌아보자면, 우선 티무르 글라즈코프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꽃다발이었다. 막심은 이럴거면 먹을 거로 내놔, 라고 대답했다. 섬세한 티무르의 마음에 금이 갔다. 레라 멜니코바의 선물은 영양제였다. 이...
올리비에 "라이언" 플라망은 귀스타브 "닥" 카테브와 키스했다. 어젯밤의 일이었다. GIGN 대원들은 그렇게 자주 모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가끔 모여서 친목을 다지곤 했다. 뭐, 귀스타브 카테브와 올리비에 플라망의 사이가 별로 좋지 않아서 둘을 한꺼번에 부르는 일은 없었다. 그런 둘을 하필 모으게 된 이유는 그저 우연이었다. 처음 모이자고 말을 꺼낸 건 엠...
뤽은 꼬박 사흘을 앓아누웠다. 이틀은 의식이 없었다. 귀스타브는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약을 먹이거나, 붕대를 갈아주거나, 상처를 소독해 주거나. 그럼에도 이틀간 눈을 뜨지 않아서 귀스타브는 속이 바짝바짝 타들어갔다. 그나마도 눈을 뜨자마자 한다는 소리가 상처가 뜨겁고 머리가 울려서 아프다는 말이었다. 귀스타브는 뤽의 헛소리를 듣자마자 입에서 저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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